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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PyconKR 2018 후기입니다.

by 유세지 2018. 8. 21.

코린이의 파이콘 2018 후기입니다.



 군 입대와 젊음을 즐기고 싶다는 핑계로 무작정 휴학을 한 후, 눈 뜨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생활패턴을 고수하던 중 동아리 내에서 '파이썬 마스터 a.k.a 파마' 라고 불리시던 선배님의 추천으로 '파이콘' 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파이썬이란 알고리즘 문제 풀 때나 가끔 쓰던 짧고 쉬운 언어, 혹은 잠깐 스터디를 진행했던 딥 러닝을 도와주는 언어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제가 감히 그런 곳에 가도 될까요...?" 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집 밖으로 나갈 것이며 신입생때부터 개발자 컨퍼런스는 꼭 한 번쯤 가보고 싶다! 라는 로망아닌 로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일 날 바로 파이콘 티켓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날이 티켓 구입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파이콘 행사 날이 가까워져서야 알게 되었지만, 파마 선배님이 같이 다닐 사람을 찾는다고 하시기에 열심히 따라만 다니려고 했던 계획은 자원봉사에 지원하신 것을 알아버림과 동시에 산산히 깨져버렸습니다. 정글에 혼자 던져진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부지런히 파이콘 시간표를 보며 그 날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행사 당일이 밝았습니다.



컨퍼런스 1일차: 8월 18일

 워낙 길눈이 어둡고 대중교통을 잘 모르는터라 9시 30분에 오프닝을 시작하지만 8시 30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출발하였습니다. (고마워요 네이버 지도) 다행히 지하철 관련 어플을 세 개나 설치한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몇 번의 환승 끝에 봉은사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대강 둘러본 뒤 홀 앞에 비치된 쿠션? 같은 가구에 몇몇 분들이 누워 계신걸 보고 빈 자리에 쪼르르 가서 따라 누웠습니다.



 지나다니는 분들께서 손에 가방과 명찰을 들고 계신걸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끼던 찰나에 등록도 안하고 누워있던걸 깨달아서 부랴부랴 등록 부스로 갔습니다. 부스 위치를 알려주신 옆에 누워계시던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등록 부스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던 파마님을 뵙고나서야 기다리던 오프닝이 시작되었습니다. 파이콘에서 지켜야할 CoC, 비상시 안전교육, 컨퍼런스와 파이콘에 대한 간단한 설명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커로 시작해서 물고기로 끝나는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강연자 분의 경험이 군데군데 녹아들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끝났습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어떡하나 하고 긴장한채 들었지만 부드럽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쉬는 시간 이름이 직관적이라 아주 좋았습니다. 10:20분에 시작하는 10분짜리 휴식 시간이라니...


 세 분의 강연과 점심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택해서 듣는 강연들이 펼쳐졌습니다. 하나만 고르는걸 특히 어려워 하는 성격이라 정말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듣고 싶은 강연은 정말 많았지만 전무하다시피한 배경지식때문에 초급으로 분류된 강의만 찾아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고른 강의는 강종구님의 생활탐사: 파이썬으로 일상에 도움 되는 뉴스 만들기였습니다. 점심식사가 조금 늦게 끝나서 앞부분은 놓쳤지만 큰 맥락은 짚을 수 있었습니다.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재가공하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로 탈바꿈 하는 노가다작업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적절한 예시를 통해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더 쉬웠던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이어진 김동현님의 진실은 언제나 하나! : Python으로 만나보는 Digital Forensic 강의는 2일간의 컨퍼런스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는지, 삭제된 뒤엔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던 입장이어서 강의 내내 신기해하며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몇 개의 세션을 더 들었고, 라인에서 만드신 오픈 스페이스에 가서 재밌는 이야기도 듣고... 첫 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후원사에서 준비하신 부스들을 돌며 산더미처럼 받은 굿즈들을 들고 다니느라 아직도 어깨가 뻐근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컨퍼런스 2일차: 8월 19일

 

 2일차는 오프닝이 생략되어 첫 세션이 전날보단 늦게 시작한터라 여유롭게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방심은 화를 부른다는걸 또 다시 체험하였습니다. 중앙선 열차 몇 개 보내고 나니 지각했습니다.


 25분짜리 세션인데 10분 좀 넘게 지각해서 과감하게 첫 세션은 포기하고 어제 미처 얻지 못했던 굿즈들을 마저 모으고 다녔습니다. 특히 Google Developers 에서 준비한 스티커 찾기 이벤트 하느라 열심히 1층과 2층을 누볐습니다. 결국 상품이었던 티셔츠는 못 받았지만...


 결국 모든 부스를 돌아 굿즈를 모으고,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몇몇 세션들을 듣다보니 어느덧 두 시쯤. 오픈 스페이스 위주로 돌아보라던 조언에 2시에 예정되어있던 '대학생 프로그래머 모임' 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갔습니다. 2일차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 대학생 분들과 졸업하신 사회인(!) 분들과 고등학생(!)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다만 어디에나 그렇듯 방대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으셔서 역시 난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팩트에 뼈를 맞으며 '제대하면 공부 좀 열심히 해야지' 라고 다짐하며 앉아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두 시간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백엔드 개발 하시는 분들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고해성사 하는 것 같지만 저는 사실 백엔드 1도 모릅니다. 해본거라곤 오토셋으로 몇 번 딸깍 거린거나, 마인크래프트 멀티 서버 열어본거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관심은 있었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해서 갔는데 전문용어들로 티키타카가 이루어 지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놨아찔했습니다. 다음에 이런 방에 갔을때 못해도 50%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으려면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들어갔던 방에서 만난 두 분은 연락처도 교환했고, 몰랐던 사실들도 꽤 알게되어 여러모로 유익하고 즐거웠던 2일차였습니다.


마치며

 다음에 파이콘에 참가하게 된다면 자원봉사자로 오고싶을만큼 좋은 행사였습니다. 물론 그게 내년이 될수는 없겠지만... 이번 행사에서 만났던 분 중 한 분께서 말씀하시길 "어차피 여기서 본 사람들은 다음에도 또 본다." 라고 하셨으니 내후년에 또 뵐 수 있길 바랍니다. 그땐 조금이나마 머리에 뭔가를 채워가겠습니다. 이왕 채우는거 파이썬이면 더 좋겠네요 :)


 좋은 행사를 기획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자원봉사자 분들, 후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에도 또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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